
더 이상 코드를 직접 짜지 않는 시대, 개발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AI가 코딩을 대체하는 시대, 개발자의 역할은 '작가'에서 '편집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풀링포레스트 CTO가 말하는 개발자의 본질과 미래 대응 전략을 확인하세요.
송찬영
CTO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입니다.
최근 흥미롭다 못해 다소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습니다. 'Claude Code'라는 도구를 만든 개발자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난 한 달 동안 나는 코드를 직접 짜지 않았다. Claude가 내 모든 코드를 작성했다"고 밝힌 것입니다. 아마 많은 개발자분이 이 문장을 읽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셨을 겁니다. 누군가는 생산성의 극대화에 환호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에 대한 불안감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풀링포레스트에서 AI를 활용해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이 소식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단순히 "AI가 코딩을 잘한다"는 수준을 넘어, 개발 프로세스의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탄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도 처음 개발을 시작했을 때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그 타건감과 검은 화면에 채워지는 형형색색의 텍스트 자체를 사랑했습니다. 밤새워 버그를 잡았을 때의 그 짜릿함은 개발자의 특권과도 같았죠. 하지만 이제 우리는 냉정하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개발자의 본질은 코드를 타이핑하는 것인가, 아니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가?"
최근 우리 팀의 일하는 방식도 급격히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주니어 개발자에게 티켓을 할당하면 문법을 고민하고, 스택오버플로우를 검색하고, 보일러플레이트 코드를 작성하는 데 하루를 썼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Cursor나 Claude 같은 도구를 활용해 초안을 작성하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Claude Code' 제작자의 말처럼, 이제 인간이 직접 코드를 한 줄 한 줄 작성하는 행위는 선택 사항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코드를 짜지 않는 개발자는 더 이상 개발자가 아닌 걸까요?
저는 오히려 개발자의 역할이 '작가(Writer)'에서 '편집장(Editor-in-Chief)' 혹은 '감독(Director)'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AI가 한 달 내내 코드를 짰다는 것은, 그 한 달 동안 인간 개발자는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했다는 뜻입니다. 어떤 아키텍처를 쓸지, 이 비즈니스 로직이 우리 서비스의 방향성과 맞는지, AI가 짠 코드가 보안상 취약점은 없는지를 판단하는 일 말입니다.

풀링포레스트 팀원들에게도 제가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AI가 짠 코드를 믿지 마라, 검증하라." 코드를 직접 짜는 능력보다, 남(AI)이 짠 코드를 빠르게 읽고,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비즈니스 요구사항에 맞게 수정 지시를 내리는 능력이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문법적 오류(Syntax Error)는 AI가 거의 완벽하게 잡아냅니다. 하지만 논리적 오류(Logical Error)와 맥락의 오류(Contextual Error)는 여전히 인간의 영역입니다.
우리는 지금 '코딩의 종말'이 아니라 '순수 코딩의 종말'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기계적인 구현은 기계에게 넘기고, 우리는 더 높은 차원의 고민을 해야 합니다. 시스템의 안정성, 확장성,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기술이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지난 한 달간 코드를 직접 짜지 않았다는 그 개발자는 아마 그 시간 동안 과거의 방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기능을 구현하고 테스트했을 것입니다. 생산성의 레버리지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이것은 위기가 아니라, 준비된 사람에게는 엄청난 기회입니다.
개발자라는 직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개발'이라는 단어의 정의가 바뀌고 있을 뿐입니다. 문법을 외우는 것보다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이, 타자 속도보다 질문의 깊이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저와 풀링포레스트 팀은 이 변화의 파도를 피하지 않고 즐기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코드를 내려놓고, 설계를 시작할 준비가 되셨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