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테크 의존증을 끊어내는 기술적 모험: EU 스택으로의 이주와 그 의미
빅테크 의존증에서 벗어나 유럽(EU) 기반의 프라이버시 중심 도구들로 기술 스택을 이주한 사례를 통해 데이터 주권과 비용 효율성을 확보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살펴봅니다.
송찬영
CTO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입니다.
개발자로서, 그리고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서 매달 날아오는 SaaS 청구서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이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AWS에 인프라를 올리고, Google Workspace로 소통하며, Notion으로 문서를 정리합니다. 소위 '빅테크'라 불리는 거대 기업들의 생태계 안에 머무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믿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한 해외 엔지니어의 흥미로운 실험을 접하며, 저는 이 견고한 믿음에 균열을 내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미국 중심의 빅테크 스택을 벗어나, 유럽(EU) 기반의 프라이버시 중심 도구들로 디지털 환경을 이주한 사례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습니다. "프라이버시를 챙기려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불문율처럼 여겨졌으니까요. 하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뜯어볼수록, 이것이 단순한 객기가 아니라 매우 합리적인 기술적 의사결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Proton 생태계의 진화였습니다. 과거 보안 이메일 서비스 정도로만 인식되던 Proton이 이제는 Google Workspace의 강력한 대항마가 되었습니다. Mail, Calendar, Drive는 물론이고 Proton Pass를 통해 1Password와 같은 비밀번호 관리 도구까지 흡수했습니다. 심지어 Standard Notes를 인수하며 Notion이나 Apple 메모가 차지하던 영역까지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도구를 바꾸는 차원을 넘어, 파편화된 SaaS 비용을 하나의 생태계로 통합하여 관리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인프라 측면에서의 통찰도 흥미롭습니다. AWS나 Azure는 훌륭하지만, 때로는 오버스펙인 경우가 많습니다. 복잡한 설정과 예상치 못한 비용 폭탄에 시달리는 대신, Scaleway와 같은 유럽 기반 클라우드 제공자를 선택함으로써 인프라를 경량화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볼 때, '남들이 다 쓰니까'라는 이유로 비싼 도구를 고집하는 것은 직무 유기나 다름없습니다. 필요한 만큼의 기능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도구를 찾아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물론, 모든 것을 대체할 수는 없었습니다. 특히 AI 분야에서는 타협이 필요합니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Lumo AI나 유럽의 자존심 Mistral, 이미지 생성을 위한 Flux 같은 훌륭한 모델들이 있지만, 복잡한 코드베이스를 분석하거나 고도의 추론이 필요할 때는 여전히 Claude Code나 Gemini 같은 빅테크의 모델이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줍니다. 이는 기술적 리더로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를 보여줍니다. 맹목적인 배척이 아니라, '생존'과 '효율'을 위해 최선의 도구를 유연하게 조합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경제적인 효과는 명확했습니다. Notion, Todoist, 1Password, Canva 등 개별적으로 지불하던 구독료를 Proton과 Superlist 같은 통합 도구, 혹은 더 합리적인 대안으로 대체했을 때 연간 500유로(약 70만 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개인 차원에서도 이 정도라면, 기업 규모에서는 엄청난 리소스 확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편리함이라는 명목하에 특정 벤더에 종속되는 '락인(Lock-in) 효과'에 너무 무뎌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Vivaldi 브라우저, DeepL 번역기, 그리고 Ecosia 검색 엔진 등 대안은 이미 충분히 성숙해 있습니다.
이번 사례를 분석하며 저 역시 풀링포레스트의 기술 스택을 다시 한번 점검하게 되었습니다. 관성에 젖어 불필요하게 지출하고 있는 비용은 없는지, 데이터 주권을 남에게 너무 쉽게 넘겨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기술은 우리를 자유롭게 해야지, 우리를 특정 플랫폼에 가두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독자 여러분도 지금 사용하고 있는 도구들이 정말 '최선'인지, 아니면 그저 '익숙함' 때문인지 한 번쯤 의문을 던져보시길 권합니다. 빅테크의 그늘 밖에도, 기술의 숲은 울창하고 풍요롭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