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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능 하나가 제품의 신뢰를 무너뜨릴 때: ChatGPT 타임스탬프 논란을 보며 - ChatGPT의 타임스탬프 부재 논란을 통해, 프로덕트 팀이 놓치기 쉬운 사용자 경험(UX)의 본질과 '작은
Product Design

작은 기능 하나가 제품의 신뢰를 무너뜨릴 때: ChatGPT 타임스탬프 논란을 보며

ChatGPT의 타임스탬프 부재 논란을 통해, 프로덕트 팀이 놓치기 쉬운 사용자 경험(UX)의 본질과 '작은 맥락'의 중요성에 대해 시니어 PM의 관점으로 분석합니다.

최PM

시니어 Product Manager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시니어 Product Manager 최PM입니다.

제품을 만들다 보면 우리는 종종 '거대한 혁신'에 매몰되어 사용자에게 정말 필요한 '작은 맥락'을 놓치곤 합니다. 최근 OpenAI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을 보며, 저 또한 과거에 범했던 뼈아픈 실수가 떠올라 등줄기가 서늘해졌습니다. 오늘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ChatGPT의 '타임스탬프(Timestamp)' 부재 논란을 통해, 프로덕트 매니저와 개발자가 놓치기 쉬운 사용자 경험(UX)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사용자는 답만 원하는 것이 아니다

OpenAI 커뮤니티에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꾸준히 올라오는 요청이 있습니다. 바로 채팅 메시지에 날짜와 시간을 표시해 달라는 것입니다. AI 모델의 성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정작 사용자는 "내가 이 대화를 언제 했지?"라는 아주 기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화면에서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의 반응은 절실함을 넘어 분노에 가깝습니다. 어떤 사용자는 "UI/UX 팀이 정신 차려야 한다"고 일갈하고, 어떤 사용자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이슈를 언급하며 기업 환경에서의 필수성을 강조합니다. 심지어 사용자들이 직접 Chrome DevTools를 열어 data-message-id 태그 속에 숨겨진 타임스탬프 정보를 추출하는 JavaScript 코드를 공유하거나, 이를 보여주는 Chrome 확장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해서 배포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프로덕트 팀 입장에서 냉정하게 우선순위(Priority)를 따져보면, 타임스탬프 기능은 백로그(Backlog)의 구석에 박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모델의 추론 능력을 높이거나, 멀티모달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비즈니스 임팩트가 훨씬 커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느끼는 고통(Pain point)은 기술적 난이도와 비례하지 않습니다.

맥락 없는 데이터는 소음일 뿐이다

저 역시 풀링포레스트 초기,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당시 저희 팀은 내부 운영툴을 개편하면서 대시보드의 실시간성을 강조했습니다. "데이터는 무조건 최신이 최고"라는 생각에, 각 데이터가 언제 갱신되었는지 보여주는 '마지막 업데이트 시간' 표기를 UI에서 제거했습니다. 심플함을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운영팀은 특정 지표가 1시간 전 데이터인지, 방금 갱신된 데이터인지 확신할 수 없게 되자 의사결정을 주저하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개발팀에게 슬랙(Slack)으로 "이거 지금 수치 맞나요?"라고 묻는 DM이 빗발쳤습니다. 저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를 둘러싼 '시점과 맥락'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기사 내용 중 한 사용자의 지적은 이 지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습니다.

"장기간 지속되거나 민감한 스레드의 경우, 메시지가 정확히 언제 전송되었는지를 아는 것은 명확성과 감정적 맥락을 개선합니다."

즉, 사용자는 AI와의 대화를 단순한 Q&A가 아니라, 자신의 사고 과정이 담긴 '저널(Journal)'이나 '히스토리'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3개월 전의 고민과 오늘의 고민을 구분해주는 '시간'이라는 메타데이터가 없다면, 그 기록은 반쪽짜리 정보에 불과합니다.

기술적 부채가 아니라 공감의 부재

흥미로운 점은 기술적으로 타임스탬프 구현이 전혀 어렵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미 DOM 내부의 React Fiber 객체에는 create_time이 존재합니다. 단지 프론트엔드에서 렌더링하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사용자들은 "Custom Instructions" 기능을 해킹하여 "모든 응답 끝에 현재 시간을 붙여라"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하거나, 스크립트를 주입하며 자구책을 찾고 있습니다. 이는 제품팀이 해결해주지 않는 문제를 사용자가 직접 리소스를 투입해 해결하는, 전형적인 'Desire Path(사용자가 만든 길)' 현상입니다.

우리는 흔히 '리소스 부족'을 핑계로 백로그 정리를 미룹니다. 하지만 2~3년 동안 지속된 요청을 무시하는 것은 리소스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가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공감의 부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로운 기능(Feature)을 추가하는 것만이 혁신이 아닙니다. 사용자가 우리 제품을 신뢰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정보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것, 그것이 바로 UX의 기본입니다.

마치며: 우리 제품의 '숨겨진 타임스탬프'는 무엇인가?

OpenAI의 사례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 팀의 지라(Jira) 티켓 어딘가에도, "기술적으로 쉽지만 임팩트가 작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있는 기능들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는 거창한 로드맵보다는 사용자들이 고객센터나 커뮤니티에 남긴 사소한 불평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사용자를 '어른'으로 대우하고, 그들이 스스로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도구를 쥐여주는 것. 때로는 그 작은 배려가 거대 언어 모델의 파라미터 튜닝보다 더 큰 고객 감동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풀링포레스트 팀도 이번 주 스프린트에서는 '화려한 기능'보다 '단단한 기본기'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여러분의 제품은 사용자의 '시간'을 존중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