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니스 아이디어의 시각화: '마이크로톤 스파이럴 피아노'가 던지는 UX에 대한 질문들
표준 UX의 틀을 깨는 '마이크로톤 스파이럴 피아노'를 통해 제품 기획의 직관성과 혁신, 그리고 복잡한 데이터 시각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탐구합니다.
김형철
CEO / PM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CEO 겸 PM 김형철입니다.
오늘은 조금 색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제품을 기획하다 보면 우리는 종종 '표준'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힙니다. 사용자에게 익숙한 UI, 업계에서 통용되는 표준 UX는 안전하지만, 동시에 혁신을 가로막는 프레임이 되기도 하죠. 최근 웹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흥미로운 프로젝트 하나가 저에게 제품 설계에 대한 신선한 자극을 주었습니다. 바로 '마이크로톤 스파이럴 피아노(Microtonal Spiral Piano)'입니다.
단순한 웹 신디사이저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PM의 관점에서 이 프로젝트를 뜯어보니 제품이 추구해야 할 '직관성'과 '새로운 경험' 사이의 줄타기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은 이 작은 프로젝트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제품 전략과 UX의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합니다.
익숙함을 비틀어 버린 나선형 인터페이스
우리가 흔히 아는 피아노는 선형적입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음이 높아지죠. 88개의 건반이 일렬로 늘어선 모습은 수백 년간 음악 인터페이스의 '표준'었습니다. 하지만 이 스파이럴 피아노는 그 규칙을 과감히 깹니다. 음계가 나선형(Spiral)으로 배치되어 있고, 중앙에서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처음 이 인터페이스를 접했을 때, 솔직히 당황스러웠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연주하라는 거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죠. 하지만 마우스를 움직여 클릭하고 소리를 들어보는 순간, 기묘한 설득력을 느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모양만 바꾼 것이 아닙니다. 기존의 서양 음악 12음계를 넘어선 '마이크로톤(Microtonal, 미분음)'을 표현하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습니다. 기존의 건반 구조로는 반음 사이의 미세한 음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나선형 구조는 음의 연속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옥타브 간의 관계를 거리감으로 표현하는 데 탁월했습니다.
여기서 PM으로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우리는 종종 "사용자가 헷갈려 할 거야"라는 이유로 기존의 UI 패턴을 고수합니다. 하지만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본질(여기서는 미분음의 표현)이 기존의 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틀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데이터 시각화로서의 UX: 복잡성을 다루는 태도
이 프로젝트가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는 '복잡한 정보를 어떻게 단순화할 것인가'에 대한 힌트를 주기 때문입니다. 소리라는 보이지 않는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방식에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연속성의 표현: 데이터는 뚝뚝 끊어져 있지 않습니다. 고객의 여정(Customer Journey)도 마찬가지죠. 선형적인 리스트 뷰(List View)보다는 흐름을 보여주는 대시보드가 더 직관적일 때가 있습니다.
관계의 시각화: 나선형 구조에서 같은 방향에 위치한 건반들은 옥타브 관계이거나 화성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제품 내에서도 연관된 데이터들을 어떻게 그룹핑(Grouping)해서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풀링포레스트에서 복잡한 백오피스 시스템을 기획할 때 늘 마주하는 문제입니다. 수많은 필터와 테이블로 가득 찬 화면을 보며 "이게 최선인가?"를 자문합니다. 가끔은 엑셀 같은 그리드 뷰가 정답일 때도 있지만, 때로는 이 스파이럴 피아노처럼 데이터의 맥락을 한눈에 보여주는 과감한 시각화가 사용자의 인지 부하(Cognitive Load)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습니다.
기술적 제약과 MVP의 미학
사실 이 '스파이럴 피아노'는 아주 세련된 상용 제품은 아닙니다. 투박한 그래픽에, 자바스크립트로 구현된 간단한 웹 앱입니다. 하지만 핵심 가치는 명확합니다.
Core Value: 기존 건반으로 불가능한 미분음 연주 경험 제공
Implementation: 복잡한 설치 없이 웹 브라우저에서 즉시 실행
PM으로서 우리는 종종 '완벽한 제품'을 만들려다 출시 시기를 놓치곤 합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핵심 기능 하나만 명확하다면, 그래픽이 조금 투박하더라도 사용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기획할 때, 우리는 '기능의 최소화'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MVP는 '핵심 가치의 극대화'여야 합니다. 이 피아노 앱은 화려한 리버브 효과나 녹음 기능은 없지만, '나선형 건반을 통한 미분음 체험'이라는 가치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당신의 제품은 어떤 모양입니까?
우리는 늘 효율성을 추구합니다. 가장 빠른 길, 가장 익숙한 방식을 찾죠. 하지만 가끔은 문제의 본질을 꿰뚫기 위해 익숙한 직선 도로를 버리고, 낯선 나선형 계단을 올라야 할 때가 있습니다.
비록 이 '마이크로톤 스파이럴 피아노'가 대중적인 악기가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특정 니즈(미분음 연구가, 실험 음악가)를 가진 사용자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만들고 있는 제품, 혹은 기획 중인 서비스는 어떤가요? 남들이 다 쓰는 표준 UI라는 안전지대에 머물러 있지는 않나요? 만약 해결하려는 문제가 기존의 방식으론 풀리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피아노 건반을 구부려버리는 용기를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데이터와 논리로 무장하되, 그 표현 방식에 있어서는 어린아이 같은 상상력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 같은 프로덕트 메이커들이 지켜야 할 균형이 아닐까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