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cOS Tahoe 사태로 본 제품 디자인의 본질: 새로움이 독이 될 때
macOS Tahoe의 Liquid Glass 디자인 실패 사례를 통해 제품 디자인의 본질인 가독성, 효용성, 가시성의 중요성과 PM으로서의 고찰을 다룹니다.
김형철
CEO / PM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CEO이자 PM을 맡고 있는 김형철입니다.
2025년 말, IT 업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macOS Tahoe(v26) 업데이트였습니다. 저 역시 맥을 주 업무 도구로 사용하는 입장에서 이번 업데이트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는 당혹감으로 바뀌었고 그 당혹감은 제품을 총괄하는 PM으로서 깊은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소위 'Liquid Glass'라 불리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초래한 사용자 경험(UX)의 실패 사례를 뜯어보며, 우리가 만드는 프로덕트가 지켜야 할 본질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형태는 기능을 따라야 한다 (Form Follows Function)
이번 Tahoe 업데이트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과도한 '모서리 둥글리기(Rounding)'였습니다. 심미적으로는 부드러워 보일지 몰라도, 정보 전달이라는 본질적인 기능 측면에서는 재앙에 가까웠습니다.
우리가 다루는 콘텐츠의 대부분은 직사각형입니다. 텍스트 블록, 비디오, 표 데이터, 코딩할 때 보는 터미널 화면까지 모두 직각을 기반으로 하죠. 그런데 Tahoe는 창의 모서리 반경을 지나치게 키워버렸습니다. 그 결과 썸네일 이미지의 모서리가 잘려 나가 원본 데이터가 왜곡되거나, 제한된 뷰포트 안에서 공간 낭비가 심각해졌습니다.
저희 풀링포레스트 팀에서도 예전에 비슷한 실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모바일 앱 리뉴얼 당시, 트렌드에 맞춰 카드 UI의 라운드 값을 크게 늘렸다가 대시보드의 데이터 가독성이 떨어져 고객사로부터 "숫자가 잘 안 읽힌다"는 항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디자인의 일관성이나 심미성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온전한 전달'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변화를 위한 변화는 위험하다
Tahoe의 두 번째 패착은 컨트롤 요소의 비대화와 획일화입니다. 버튼과 입력창의 크기가 커졌지만, 정작 그 안에 담긴 정보량은 그대로였습니다. 오히려 요소들이 서로 겹치거나(Overlap), 텍스트 박스보다 버튼이 더 커져서 레이아웃이 깨지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더 심각한 건 아이콘의 획일화였습니다. 모든 앱 아이콘을 동일한 모양의 사각형(Squircle) 안에 가뒀습니다. 아이콘은 형태(Shape) 그 자체로 기능을 암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똑같은 틀에 맞추다 보니, 사용자는 오직 색상만으로 앱을 구분해야 하는 인지적 부하를 겪게 되었습니다.
프로덕트를 개발하다 보면 "이번엔 뭔가 달라 보여야 해"라는 강박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느끼기에 효용이 없는 변화, 즉 'Why'가 빠진 디자인 변경은 오히려 학습 비용만 높일 뿐입니다. Mallyshag 같은 데모 앱들이 Tahoe 환경에서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보면, 하위 호환성을 고려하지 않은 급진적 변화가 개발 생태계에 얼마나 큰 피로감을 주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가시성과 접근성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짚고 싶은 점은 'Liquid Glass' 효과와 명암비(Contrast) 문제입니다. Tahoe는 배경을 투명하게 처리하고 유리 질감을 입히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스크롤 할 때 뒤에 있는 콘텐츠가 비쳐 보이면서 앞쪽의 텍스트와 섞이는 'Wet-on-wet(수채화 덧칠)'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검색창 뒤로 글자가 겹쳐 보이고, 활성화된 창의 제목조차 읽기 힘들어졌습니다.
심지어 접근성 설정에서 '투명도 줄이기'를 켜도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화이트 모드에서는 모든 것이 하얗게 표백된 것처럼 경계가 모호했고, 다크 모드는 구분선 없는 암흑천지였습니다.
이는 우리 개발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디자이너가 화려한 그라데이션과 블러(Blur) 효과를 가져왔을 때, 개발자와 PM은 반드시 "이게 실제 사용 환경에서도 잘 보일까?"를 되물어야 합니다. 멋진 디자인 포트폴리오용 화면과 사용자가 매일 8시간씩 들여다봐야 하는 업무용 화면은 달라야 합니다.
마치며
macOS Tahoe의 사례는 "예쁜 것이 좋은 것이다"라는 명제가 UI/UX의 세계에서는 항상 참이 아님을 보여주는 반면교사입니다.
콘텐츠를 담는 그릇(Container)이 콘텐츠를 해쳐선 안 됩니다.
사용자에게 이득이 없는 UI 크기 변경이나 획일화는 지양해야 합니다.
시각적 효과(투명도, 블러)가 정보의 가독성을 방해한다면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트렌드는 변합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우리 제품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명확한 정보'와 '편리한 조작'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이번 사태를 보며, 우리 서비스가 혹시라도 '새로움'이라는 명목하에 사용자의 눈을 가리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점검하게 되었습니다.
화려한 인터페이스 뒤에 숨겨진 '기본'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