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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정말 우리를 10배 더 빠르게 만들고 있을까요? - AI 코딩 도구가 가져온 생산성 혁신의 실체와 그 이면에 숨겨진 함정, 그리고 엔지니어링 리더가 바라보는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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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정말 우리를 10배 더 빠르게 만들고 있을까요?

AI 코딩 도구가 가져온 생산성 혁신의 실체와 그 이면에 숨겨진 함정, 그리고 엔지니어링 리더가 바라보는 진짜 변화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송찬영

CTO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입니다.

최근 개발자 커뮤니티나 팀 내부 회의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AI 코딩 도구의 활용입니다. "Claude 덕분에 개발 속도가 2배 빨라졌다", "Cursor가 없으면 코딩을 못 하겠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저 역시 기술 리더로서 이러한 도구가 가져올 생산성 혁신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단순히 코드 라인(LoC)이 늘어나는 속도만이 생산성의 척도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오늘은 엔지니어링 리더의 관점에서 AI가 가져온 진짜 변화와 그 이면에 숨겨진 함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 AI 도구를 도입했을 때 저는 막연한 낙관론에 취해 있었습니다. 주니어 개발자들의 PR(Pull Request) 양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기능 구현 속도가 빨라지는 듯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등골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한 팀원이 새로운 비즈니스 로직을 불과 하루 만에 구현해 왔습니다. 과거 같으면 족히 일주일은 걸렸을 분량이었죠. "이게 바로 AI의 힘이구나" 감탄하며 코드를 열어본 순간, 저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코드는 문법적으로 완벽했고 실행도 잘 되었지만, 우리 시스템의 도메인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겉만 번지르르한 결과물이었습니다. 결국 그 코드는 '하루 만에 작성'되었지만, 엉망이 된 로직을 바로잡고 레거시와 통합하느라 '3주간의 리팩터링'을 거쳐야 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낀 점이 있습니다. AI는 우리의 도메인 이해도를 증폭시키는 '승수(Multiplier)'이지, 이해도 자체를 대체하는 '해결사'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내가 도메인과 기술 스택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을 때, AI는 나를 '손이 10배 빠른 시니어'로 만들어줍니다. 내가 뭘 명령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내가 도메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AI에게 의존하면, AI는 '손만 엄청나게 빠른 주니어'가 되어버립니다. 그 주니어는 잘못된 방향으로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우리는 그가 엉뚱한 곳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개발 프로세스 자체도 변화시킵니다. 과거에는 직접 코드를 짜면서 설계의 빈틈을 발견하고("아, 이 에지 케이스를 생각 못 했네"), 구현 과정에서 설계를 수정하는 '탐색적 프로그래밍'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LLM에게 구현을 통째로 맡기면 이 소중한 탐색 과정이 생략됩니다. 결과적으로 코드는 빨리 나오지만, 시스템 전체와 묘하게 어긋나는 부품이 생산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AI를 배척해야 할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풀링포레스트 팀은 이제 '속도'가 아닌 '정확한 위임'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AI가 가장 잘하는 영역과 사람이 해야 할 영역을 철저히 분리했습니다. 예를 들어, 로컬 개발 환경 설정(dotfiles)이나 스트라이프(Stripe) 결제 모듈 연동 같은 정형화된 보일러플레이트 코드는 과감하게 Cursor나 Claude에게 맡깁니다. 이런 작업에서 AI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생산성을 보여줍니다. 반면, 우리 서비스의 핵심 가치가 담긴 코어 비즈니스 로직은 반드시 사람이 설계를 주도하고, AI는 그 설계를 검증하거나 부분적인 함수를 채워 넣는 보조 도구로만 활용합니다.

또한, 주니어 개발자들에게는 AI가 내놓은 코드를 '학습 도구'로 활용하라고 조언합니다. "작동하니까 커밋한다"가 아니라, "왜 AI가 이렇게 짰을까?"를 의심하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진짜 성장이 일어납니다. AI가 내놓은 엉뚱한 환각(Hallucination)을 잡아내는 능력이야말로, 앞으로 개발자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이 될 것입니다.

기술은 항상 양날의 검입니다. AI는 숙련된 엔지니어에게는 날개를 달아주지만, 기본기가 부족한 엔지니어에게는 족쇄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모니터 속 AI는 든든한 동료인가요, 아니면 사고 칠 준비를 하는 빠른 주니어인가요? 속도의 환상에 취하기보다,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잡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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