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에이전트 10명과 동시에 일하는 법: 코딩의 병렬화가 가져올 변화
Superset을 통해 10명의 AI 에이전트와 병렬로 일하며 개발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법과 개발자의 역할 변화에 대한 통찰을 공유합니다.
송찬영
CTO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입니다.
최근 개발 생산성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꽤나 흥미로운 도구를 하나 발견해서 여러분과 그 경험과 통찰을 나누고자 합니다. 바로 'Superset'이라는 도구인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 이 도구의 컨셉을 접했을 때,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우리가 AI를 활용하는 방식이 그동안 너무 '순차적(Sequential)'이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Cursor나 ChatGPT, 혹은 Claude를 사용할 때 '1대 1' 대화를 기본으로 했습니다. 제가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AI가 코드를 짜고, 제가 그걸 검토하고, 다시 수정 요청을 하는 식이죠.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비효율은 무엇일까요? 바로 '대기 시간'입니다. AI가 코드를 생성하는 동안 저는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거나, 다른 탭을 열어 인터넷 서핑을 하곤 했습니다. 아무리 AI가 빨라도 인간의 사고 속도와 맞물리는 지점에서 병목은 늘 존재했죠.
Superset은 이 문제를 '병렬 실행(Parallel Execution)'으로 해결하려 합니다. 터미널 환경에서 최대 10개의 코딩 에이전트를 동시에 띄워놓고 작업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이것이 기술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 들여다보니, 핵심은 git worktree의 활용에 있었습니다. 단순히 여러 개의 채팅창을 띄우는 게 아닙니다. 각 에이전트가 서로 다른 Git 작업 트리(worktree) 위에서 격리된 상태로 코드를 작성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A 에이전트에게는 "로그인 페이지 리팩터링"을 시키고, B 에이전트에게는 "결제 모듈 버그 수정"을, C 에이전트에게는 "단위 테스트 코드 작성"을 동시에 지시할 수 있습니다. 각 에이전트는 서로의 파일 시스템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독립적으로 작업을 수행합니다. 작업이 완료되면 저는 각 워크트리의 결과물을 마치 주니어 개발자가 올린 PR(Pull Request)을 리뷰하듯 검토하고 병합(Merge)하면 그만입니다.
실제로 이 워크플로우를 테스트해 보면서, 제 역할이 '코더(Coder)'에서 '매니저(Manager)'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막막했던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인간의 멀티태스킹 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10개의 에이전트가 쏟아내는 코드를 혼자서 감당하려면, 각 작업의 컨텍스트(Context)를 제가 명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A 에이전트가 짠 코드를 리뷰하다가 갑자기 C 에이전트의 결과물을 보면 "내가 뭘 시켰더라?" 하고 뇌 정지가 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제 개발자의 핵심 역량은 '직접 코드를 짜는 속도'가 아니라, '명확한 작업 지시(Requirement Definition)'와 '빠르고 정확한 코드 리뷰(Code Review)' 능력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Claude Code나 OpenCode, Cursor 같은 기존의 CLI 기반 에이전트들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이들을 병렬로 엮어내는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Superset은 특정 IDE에 종속되지도 않습니다. VS Code든 JetBrains든, 결과물을 원하는 에디터에서 열어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이는 도구가 개발자의 기존 환경을 존중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기술 리더로서 저는 이 변화를 단순히 '편리한 도구의 등장'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것은 개발 조직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합니다. 한 명의 시니어 개발자가 10명의 'AI 주니어'를 데리고 일하는 형태. 이것이 우리가 맞이할 가까운 미래의 개발팀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무턱대고 에이전트 수를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잘못된 지시는 10배 더 빠른 속도로 잘못된 코드를 양산할 뿐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10개의 에이전트를 지휘하는 여러분의 통찰력과 아키텍처를 보는 눈입니다.
기술은 계속해서 우리를 더 높은 추상화 레벨로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그 흐름에 올라타, 단순 반복 작업은 기계에 맡기고 우리는 더 가치 있는 '설계'와 '판단'에 집중했으면 합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의 터미널은 얼마나 바쁘게 돌아가고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