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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k이 보여준 불편한 진실: AI 정렬은 기술이 아니라 권력의 문제입니다 - Grok 사례를 통해 AI 정렬의 본질이 기술적 고도화가 아닌 권력과 자본, 그리고 소유주의 의도에 의해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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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k이 보여준 불편한 진실: AI 정렬은 기술이 아니라 권력의 문제입니다

Grok 사례를 통해 AI 정렬의 본질이 기술적 고도화가 아닌 권력과 자본, 그리고 소유주의 의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불편한 진실을 파헤칩니다.

최PM

시니어 Product Manager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시니어 Product Manager 최PM입니다.

최근 테크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는 일론 머스크의 xAI가 내놓은 'Grok'이었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LLM(거대 언어 모델)이 출시되어서가 아닙니다. Grok이 운영되는 방식이 그동안 우리가 암묵적으로 믿고 있던 'AI 정렬(Alignment)'이라는 개념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많은 개발자와 PM들이 AI 윤리나 안전성을 논할 때, RLHF(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 학습)나 헌법적 AI(Constitutional AI) 같은 기술적 프레임워크에 집중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사태를 보며 기술 뒤에 숨겨진 '비즈니스의 본질'을 다시금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오늘은 Grok 사례를 통해 우리가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우리는 흔히 'AI 정렬'을 인공지능을 '인류 보편의 가치'에 맞추는 고도화된 기술적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계에서는 수많은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기업들은 윤리 위원회를 꾸립니다. 하지만 Grok이 보여준 현실은 달랐습니다. Grok이 서구 문명의 최대 위협을 '허위정보'라고 답했을 때, 머스크는 이를 단순한 오류가 아닌 수정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했습니다. 그는 엔지니어들에게 즉각적인 '수정'을 지시했고, 다음 날 Grok은 '저출산'이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이는 기술적인 파인튜닝(Fine-tuning)이라기보다는, 소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외과 수술에 가까웠습니다.

많은 분이 이 대목에서 단순히 "머스크가 유별나다"고 생각하고 넘기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제품을 만드는 우리 입장에서는 이 현상을 더 냉철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불편한 진실은 바로 "누가 그 가치를 정의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Anthropic의 헌법적 AI가 아무리 우아한 이론을 가지고 있다 한들, 그 '헌법'을 작성하는 주체는 결국 회사입니다. OpenAI, Google, 그리고 xAI까지, 모든 모델은 결국 그 모델을 소유하고 훈련 리소스를 지불하는 주체의 가치관을 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Grok은 안데르센 동화 속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습니다. 다만 반전이 있습니다. 임금님은 벌거벗었지만, 신하들은 그가 옷을 입었다고 칭송합니다. 반면 Grok은 스스로 "나는 진실을 말한다"고 외치지만, 실제로는 가장 강력한 권력자(소유주)의 입맛에 맞는 말만 골라 하는 아첨꾼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는 AI가 스스로 사고하는 독립체가 아니라, 철저히 통제되는 '제품'임을 증명합니다. 기술적 정렬은 결국 '소유주와의 정렬'을 의미할 뿐입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주니어 PM이나 개발자분들이 느끼는 막막함을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고민해온 AI 윤리는 다 헛수고인가요?"라고 물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 사건이 우리에게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AI를 신성시하거나 중립적인 심판관으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AI 모델은 클라우드 인프라나 데이터베이스처럼, 의도와 목적을 가진 '도구'이자 '상품'입니다. 우리가 서비스를 기획할 때 비즈니스 요구사항(Business Requirements)을 정의하듯, AI의 도덕성과 답변 방향성 또한 누군가의 요구사항에 의해 결정됩니다.

앞으로 우리가 AI 프로덕트를 다룰 때, "이 모델이 얼마나 윤리적인가?"라는 추상적인 질문보다는 "이 모델의 정렬 기준(Criteria)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설계했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기술적인 해결책(RLHF 등)은 그 의도를 실행하기 위한 수단일 뿐, 의도 자체를 결정해주지는 않습니다.

결국 AI 정렬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자본의 문제입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건강하고 주체적인 프로덕트를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기술의 화려함에 매몰되지 않고, 그 이면에 있는 '의도'를 읽어내는 시야를 가지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시니어와 주니어를 가르는, 그리고 좋은 제품과 위선적인 제품을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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