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코딩을 100% 자동화하면 개발자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
AI가 코딩을 100% 자동화하는 미래에 개발자의 역할은 어떻게 변할까요? 코드 폭발, 기술 스택의 무의미함, 그리고 명세(Spec)의 중요성에 대해 8년 차 개발자의 시선으로 분석합니다.
김테크
8년차 개발자

안녕하세요, 8년차 개발자 김테크입니다.
백엔드 서버를 구축하고 인프라를 만지다 보면, 가끔 엉뚱한 상상을 하곤 합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설계를 코드로 옮겨줄 분신이 100명쯤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혹은 "이 지루한 반복 작업을 1초 만에 끝내주는 슈퍼 AI가 있다면 어떨까?" 같은 상상 말이죠.
최근 흥미롭게 읽은 기술적 단상 중 하나가 바로 이 '무한한 코딩 지능'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만약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이 0에 수렴하고,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 무제한으로 코드를 생산할 수 있다면 우리 업계는 어떻게 변할까요? 단순히 개발자가 편해지는 수준을 넘어서는 꽤나 충격적인 변화들이 예상됩니다.
첫째, 코드베이스의 크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코드를 최대한 간결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코드가 길어지면 사람이 읽기 힘들고, 유지보수가 어려워지니까요. 하지만 AI가 모든 걸 관리한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버그를 찾는 과정은 마치 이진 탐색(binary search)처럼 효율적으로 작동할 것이기 때문에, 코드가 100만 줄이든 10억 줄이든 관리 비용은 크게 늘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때가 되면 개발 속도를 제한하는 건 사람의 타자 속도가 아니라, 물리적인 '컴파일 시간'이나 하드웨어 속도 그 자체가 될지도 모릅니다. "코드가 너무 길어서 못 읽겠어요"라는 불평은 옛말이 되는 거죠.
둘째, 기술 스택의 선택 기준이 완전히 바뀝니다.
현재 실무에서 기술 스택을 정할 때 가장 큰 기준은 무엇일까요? 성능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팀원들이 익숙한가?'입니다. 자바 개발자가 많은 팀은 자바로, 파이썬이 편하면 파이썬으로 가죠.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도구를 바꾸는 전환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한한 시간을 가진 AI 개발자에게 전환 비용은 0입니다. AI는 프로젝트마다 가장 효율적인 도구를 즉시 선택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그 프로젝트만을 위한 새로운 언어나 도구를 직접 만들어 쓸 수도 있습니다. 극한의 효율을 위해 사람이 아예 읽을 수 없는 최적화된 바이너리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단계까지 갈 것입니다.

셋째,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도구들이 주류가 됩니다.
APL 같은 배열 프로그래밍 언어나 FPGA 프로그래밍, 혹은 수학적 증명(theorem proving) 도구들은 강력하지만 배우기 어려워 대중적이지 않습니다. 사람의 뇌 구조와 잘 맞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기계 지능에게 이런 도구들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앞으로 생성되는 코드는 점점 더 인간 개발자가 눈으로 보고 이해하기 힘든, 기계 친화적인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을 만들 것인가(Spec)'가 됩니다.
코딩 비용이 0이 되면, 우리는 AI에게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요구를 할 수 있습니다. "외부 라이브러리 의존성 하나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짜줘", "이 코드가 논리적으로 오류가 없음을 수학적으로 증명해줘", "내가 생각하지 못한 엣지 케이스를 찾아서 레드팀(Red-teaming) 테스트를 돌려줘" 같은 것들 말이죠.
결국 병목은 코딩 실력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얼마나 정확하게 명세(Spec)로 작성하느냐에 걸리게 됩니다. 이를 '정렬 문제(Alignment Problem)'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AI가 짠 코드가 정말 내가 의도한 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고 감독하는 능력이 핵심 역량이 될 것입니다.
먼 미래의 공상과학 소설 같지만, 사실 우리는 이미 코파일럿 같은 도구를 통해 이 변화의 초입에 서 있습니다. 단순히 코드를 빨리 짜는 것을 넘어, 내가 원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정의하고 검증할 것인가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도 트러블슈팅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김테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