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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무너뜨린 신뢰, 그리고 우리가 다시 '진짜'를 검증하는 방법 - 최근 AI 부정행위로 인한 원격 시험 중단 사태와 신뢰의 위기 속에서, 단순한 결과물이 아닌 과정을 검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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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무너뜨린 신뢰, 그리고 우리가 다시 '진짜'를 검증하는 방법

최근 AI 부정행위로 인한 원격 시험 중단 사태와 신뢰의 위기 속에서, 단순한 결과물이 아닌 과정을 검증해야 하는 이유와 진정한 실력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송찬영

CTO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입니다.

최근 흥미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회계사 단체인 영국 ACCA가 오는 3월부터 원격 시험을 전면 중단하고 다시 오프라인 대면 시험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입니다. 50만 명의 학생과 26만 명의 회원을 둔 거대 조직이 팬데믹 기간 동안 정착된 효율적인 시스템을 왜 포기했을까요?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 즉 '임계점'을 넘었기 때문입니다.

ACCA의 헬렌 브랜드 CEO가 "부정행위 시스템의 복잡성이 안전장치를 압도하고 있다"고 토로한 부분은, 현재 IT 업계가 직면한 현실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거치며 비대면 업무와 평가가 뉴노멀이 되었다고 믿었지만, AI 기술의 발전 속도는 그 신뢰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 역시 비슷한 고민으로 밤잠을 설친 적이 있습니다. 풀링포레스트의 개발자 채용 과정에서도 온라인 코딩 테스트는 꽤 오랫동안 효율적인 1차 필터링 도구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완벽에 가까운 코드를 제출하는 지원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과거라면 시니어급 엔지니어만 작성할 수 있었던 수준의 로직을 갓 대학을 졸업한 주니어 지원자가 제출하는 경우도 허다했죠.

문제는 그 다음 단계인 대면 인터뷰에서 드러났습니다. 온라인 테스트에서 만점을 받은 지원자에게 해당 코드의 특정 라인이 왜 필요한지, 혹은 엣지 케이스(Edge case)에서 어떻게 동작할지를 물었을 때,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마치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듯한 어색함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많은 경우 Claude나 GPT-4 같은 도구가 생성해 준 답안을 그대로 제출한 것이었습니다. 도구를 잘 쓰는 것은 능력이지만, 도구가 만든 결과물의 원리를 모르는 것은 '무능'입니다.

ACCA가 겪은 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EY 같은 대형 회계법인(Big 4)조차 내부 윤리 시험 부정행위로 막대한 벌금을 물었다고 합니다. 전문가 집단조차 AI의 유혹 앞에서 무너지는 상황에서, 원격 감독(Remote Invigilation) 시스템만으로는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기술이 기술을 속이는 시대, 역설적이게도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식인 '대면'이 다시금 가장 확실한 보안 수단으로 떠올랐습니다.

이 뉴스를 보며 저는 우리 조직의 평가 방식과 일하는 문화를 다시 점검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AI 사용을 막는 것은 시대착오적입니다. 우리는 개발할 때 Cursor나 Copilot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라고 권장합니다. 하지만 '평가'의 기준은 달라져야 합니다. 결과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검증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최근 채용 과정에서 과제 전형 비중을 줄이고, 화이트보드 인터뷰나 현장에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페어 프로그래밍의 비중을 높였습니다. AI가 코드를 짜줄 수는 있어도, 복잡한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해석하고 팀원과 소통하며 아키텍처를 결정하는 과정까지 대신해 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개발자 여러분, 그리고 기술 리더 여러분. AI는 우리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주는 훌륭한 파트너입니다. 하지만 그 편리함 뒤에 숨어 자신의 진짜 실력을 키우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ACCA의 결정은 단순히 시험 방식의 변화가 아닙니다. "기계가 당신의 능력을 흉내 낼 수 있는 시대에, 당신만의 고유한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도구는 점점 더 강력해질 것입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그 도구를 통제하고 검증할 수 있는 탄탄한 기본기와 통찰력을 길러야 합니다.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모니터 뒤의 AI가 아니라, 그 AI를 지휘하는 여러분의 실력이라는 점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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